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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wlee
경제 및 시사문예 종합지 <한인뉴스 부동산캐나다>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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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한국사회의 금기어
ywlee

 

 사람은 어려서부터 성장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성격이 형성돼간다.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집안 분위기가 가장 클 것이고, 주거 배경이 시골이냐 도시냐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성격이 대체로 원만할 것이고 포악(暴惡)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사람은 본인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또한 시골의 대자연 속에서 자란 사람은 (나처럼) 감성이  풍부하고 도시에서 성장한 사람은 계산이 빠를 것이다.

 

 그런데 한번 굳어진 사람의 심성은 좀처럼 바뀌지가 않는다. 타인이나 사물에 대한 시각도 그렇다. 어려서 첫 인상을 통해 마음 속에 고착된 관념은 변하질 않는다. 그것은 좋은 말로 표현하면 자기의  주관(主觀)이요, 다른 말로 표현하면 편견(偏見)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어느 쪽이든 도가 지나치면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능력을 그르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게 안고 태어난 출신 배경이란 것이 사람의 평생을 좌우하는 꼬리표로 따라 다니는 현실을 생각할 때 인간의 행, 불행(幸, 不幸)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것이 아닌가 한다. 자기도 모르게 고착된 자신에 대한 편견, 이를테면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고 고향이 어디며 학교는 어디를 다녔느냐 등에 따라 ‘나’라는 존재 이미지는 굳어지는 것이다.     
   


0…*리지(Elizabeth Bennet): “당신의 당당함은 결함일까요, 미덕일까요?”

*다아시(Fitzwilliam Darcy): “모르겠소”

*리지: “결함이 없는 분 아닌가요?”

*다아시: “남의 결함과 무례를 잘 못 참긴 하죠. 한번 싫은 끝이요.”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의 걸작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에서 여주인공 리지(엘리자베스 베넷)는 "깊은 사랑 없인 나도 결혼 안 해"라며 외적 조건이 좋은 남자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결심을 되새긴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돈 많고 잘 생긴 상류층 남자 다아시(피츠윌리엄 다아시)와 결혼하게 된다.

 

 소설의 기본 스토리는 상류계급 출신의 (시쳇말로) ‘재수 없는’ 신사(다아시)와 평범한 집안 출신의 명랑하고 똑똑한 숙녀(리지)가 만나 서로 오만과 편견을 극복하고 난관을 이겨내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다는 내용이다.(내가 영문과 1학년 시절에 읽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작품의 시대 배경인 18세기 당시 유럽사람들의 결혼은 철저히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었고 개인이 끼여들 여지가 극히 적었다.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혼인 대상자들의 재산, 명성, 외모 같은 외적 조건들이었다. 반면 상호 호감 같은 내적 조건은 외적 조건이 받쳐주면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배우자의 외면적 가치보다 애정과 상호존중의 감정을 중시하는 캐릭터들의 개성이 돋보였기에 작품성과 함께 호평을 받았던 것이다.

 

 리지는 자신이 다아시를 사랑하게 된 이유가 그의 재산 때문이라는 것을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오만함이 넘치는 다아시에게 직접적으로 그의 오만함을 걸고 넘어지는 리지. 다아시 자신이 과연 결함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사람인지 은근히 비꼬는 리지에게 다아시는 “한번 싫은 건 끝”이라고 매몰차게 답한다. 상류층의 몸에 밴 오만과 편견은 한번 싫으면 그것으로 끝인 것이다.  

 

0…인간의 몸에 밴 편견에 대해 영국의 경험주의 정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은 우상(偶像, idola)이란 말로 설명했다. 이는 인간이 올바른 지식을 얻을 때 장애가 되는 편견(편중된 견해), 그릇되어 있는 선입관을 말한다. 바로 4가지 우상(Four Idols)이 그것이다.

 

-종족(Tribe)의 우상: 인간의 입장에서 자연이나 세상을 보게 됨으로써 오는 편견.

-동굴(Cave)의 우상: 자기의 경험에 비추어 세상을 판단하려는 편견.

-시장(Marketplace)의 우상: 직접적 관찰이나 경험 없이 다른 사람 말만 듣고 그럴 것이라고 착각하는 편견.

-극장(Theater)의 우상: 자신의 소신 없이 권위나 전통을 아무런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맹신에서 생기는 편견.

 

 나는 이중에도 한국사회에 팽배해있는 시장의 우상과 극장의 우상에서 비롯되는 편견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성찰이나 경험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일부 지배계층의 오만하고 비뚤어진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그것에 의지하려 하는 것이다.

 

0…고정관념(편견)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 한번 뇌리에 박힌 그릇된 관념은 개인은 물론, 국가와 사회 공동체 전체를 병들게 만든다. 한국에서는 이 비뚤어진 편견이 정치-사회적으로 무수히 남용돼왔다. 왜곡된 편견이 극도에 치우친 이념으로 변질되고 집단화되어 개인과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과 집단에 대해 “좌파” “빨00” “00도 출신”이라는 단어만 갖다 붙이면 그 대상은 하루아침에 생매장된다.  

               

 “좌파” “빨00” “00도 출신”이라는 한국의 대표적 금기어(禁忌語)는 상대방 정적(政敵)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잔혹하게 악용돼왔다. 한국에서 이들 악질용어가 사라지는 날이 바로 편견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될 것이다. 가진자들의 오만과 철학적 성찰이 빈약한 집단의 사상 편견이 사라지고 상대를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국사회엔 비로소 희망이 싹틀 것이다.    

           

 “Prejudice disabled me from falling in love with others and pride shuns others away from me.”(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한다.”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중.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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