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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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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의 옛날옛적 이야기-무어인의 유산이 묻힌 칠층탑 이야기(6)
knyoon

 

워싱턴 어빙 지음 / Yunice 윤경남 옮김 & 사진

 

(지난 호에 이어)

그들은 그날 밤으로 마법을 시험해보기로 합의 했어요. 박쥐나 올빼미 말고는 다니지 않는 어둔 시간에, 알함브라의 숲길을 올라 나무 숲과 전설 때문에 더 무서워 보이는 칠층탑에 다가 섰어요. 등잔 불빛에 관목 숲과 무너진 돌무더기를 파 헤치며 그 탑의 반달문 앞에 이르렀어요.

 

그들은 벌벌 떨면서 바위를 뚫고 만든 층계로 내려갔어요. 층계는 음습하고 텅 빈 방이 이어지고, 다시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이어졌어요. 네번째 방은 단단해서 더 내려갈 수가 없네요.

 

전설에 따르면 그 아래 세 개의 방이 더 있는데, 마법에 걸려 더 내려 갈 수 없다는군요. 긴장감으로 숨이 막힐 지경인데 그때 마침 감시탑에서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어요. 그들이 노란 향초에 불을 당기자 몰약과 유향과 향나무 냄새가 진동을 하네요.

 

무어인이 급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자, 주문이 끝나기도 전에 지옥의 천둥 같은 우레 소리가 났어요. 땅이 흔들리고 바닥이 하품하듯 입을 딱 벌리자 다른 지하방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왔어요. 벌벌 떨면서도 그들은 아라비아 글자가 벽에 잔뜩 써있는 다른 지하방에 온 것을 알았어요.

 

방 한가운데 쇠띠를 일곱겹으로 묶은 큰 상자가 있고, 그 양쪽에 갑옷 입은 무어 병정들이 마법에 걸려 동상처럼 서 있군요. 그 상자 앞에 숨은 보화가 가득 든 항아리가 여러 개 놓여있고요.

 

그들은 제일 큰 단지 안에서 무어의 금화와 황금 팔찌와 장신구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쉴 새 없이 끄집어내어 가지고 간 주머니에 가득 담았어요. 갑자기 회오리 바람 부는 소리에 겁에 질려 허둥지둥 계단을 뛰어 제일 윗방으로 다시 올라왔어요. 향초를 쓰러뜨려 불이 꺼지자 다시 우레소리가 나며 바닥이 닫혀버렸어요.

 

두 사람은 나무 숲 사이로 반짝이는 별이 보일 때까지 두 손으로 기다시피 그 탑에서 빠져 나왔어요. 그들은 잔디 위에 풀석 주저앉아 가져온 보물을 나누고 다음 번에 와서 단지를 더 털기로 했어요.

 

서로 신의를 지키자는 맹세의 표시로, 한 사람은 두루마리를 다른 한 사람은 초를 가지고 있기로 했구요. 그런 다음 두둑한 주머니를 차고 마음 가볍게 그라나다를 향해 떠났어요.

 

언덕을 내려오는 동안 치밀한 무어인은 소박하고 단순한 물지게꾼의 귀에다 충고하는 말을 연신 속닥였지요. “페레힐, 우리가 그 보물을 마저 챙겨오고 아무 탈이 없게 조치할 때까진 철저히 비밀에 붙여 둬야하네. 이 이야기가 읍장나리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는 날이면 우린 끝장일세!” “그럼요. 두말하면 잔소리죠.”

 

“페레힐, 자넨 지각 있는 사람일세 마는 자넨 아내가 있지 않나?”

“아내에게 한 마디도 않겠소.”

“그럼, 됐네. 자네의 신중한 성격과 약속만 믿네.”

 

그보다 더 확실한 약속은 없으련만, 아, 어떤 남자가 자기 마누라에게 비밀을 지킬 수 있을까요? 물지게꾼 페레힐 같이 사랑이 넘치고 유순한 남자에랴? 집에 돌아와 그는 침울하게 축 쳐져서 구석에 앉아 있는 아내를 보았어요.

 

“정말 대단하시군요. 이렇게 늦은 밤중까지 쏘다니다 오시니. 왜, 오늘은 집에 재워줄 또 다른 무어인은 안 데려오셨는가베?”하면서 자기 손을 비틀고 가슴을 치며 소리쳤어요. “나같이 불행한 여자가 어디 또 있을꼬! 내 팔자가 이게 뭐람. 우리 살림은 재판소에서 다 거덜내고, 남편이란 작자는 식구들 먹을 빵도 못 벌어오는 주제에 밤이나 낮이나 이교도 무어인들 하고만 어울려 다니고. 아이구 내 새끼들아! 이제 우린 어떡하지? 우린 모두 길거리에 나가 구걸하게 생겼구나!”

 

성실한 페레힐은 아내의 비탄에 마음이 움직여 자기도 같이 훌쩍거리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의 마음은 그의 주머니만큼이나 부풀어 올라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었어요.

 

그는 주머니에 손을 푹 집어넣어 금화 서넛 잎을 끄내어 아내의 가슴에 넣어주었답니다. 불쌍한 아내가 놀란 입을 다물기 전에 땅딸보 가예고는 금 목걸이 한 개를 더 꺼내어 아내 앞에 달랑달랑 흔들어 보였어요.

 

“성모님, 우리를 도우소서! 페레힐, 당신 지금 무슨 짓 한 거에요, 설마 사람 죽이고 도둑질 한 건 아니겠지요!”

 

페레힐은 히스테리가 된 아내를 진정시키기 위해 그 동안 일어난 행운의 이야기를 모두 들려줄 수밖에요. 물론 누구에게도 절대 비밀을 지키겠다는 엄숙한 약속을 받아내고서 말이지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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