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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뽑힌 나무’를 읽고
jakim

 

 10월 30일 캄캄한 새벽 7시에 한인회관을 갔다. 첫 한인가을축제를 하는 날이다. 전날 쳐놓은 텐트들이 밤새 불어댄 강풍에 무사할까? 몇 개는 날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염려 속에 도착을 해보니 날아가고 부서진 텐트는 없었다. 다행이다. 그러나 빗줄기는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몇 주 동안 공들여 만든 야외무대는 쓸모가 없어졌고, 무대는 실내주차장 안쪽에 설치하게 되었다.

 빗줄기가 거세지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있었고 Booth 를 산 Vendor 들은 자기들의 Booth 에 상품을 진열하고 좀 더 돋보이려고 치장하느라 바빴다. 그럭저럭 오전 10시가 되자 제법 모양새는 갖추었는데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첫 번째 테이프를 잘 끊어야 될텐데…

 많은 Vendor 중에 책을 파는 곳이 두 군데 있길래 거기서 책 한 권씩을 샀다. 하나는 교민사회에 유명한 저자 김남수님의 ‘착한 부자가 되는 길’ 그리고 하나는 탈북여성 김민주님의 ‘뿌리 뽑힌 나무’. 그날 행사는 그 빗속에서도 나름 호황을 이루었고, 나는 일이 생겨 마무리를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날 저녁에 집에 들어와 어떤 책을 먼저 읽을까 하다가 뿌리 뽑힌 나무를 집어 들었다. 책은 꽤 두툼했고 활자가 커서 읽기가 좋았다. 북한 관련 이야기는 신문과 잡지에서 틈틈이 읽었고, 오래 전에 탈북 청년의 책을 읽은 기억이 있어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소녀가 1972년 북한의 지식인 가정에 태어난다. 그것도 알짜들만 살 수 있다는 평양에서. 그런데 그 가정이 평양에서 쫓겨나 농촌과 어촌 등을 전전하게 된다. 그리고 어린 소녀들이 부모가 직장에 간 동안 살림을 하게 되는데 세상에 캐나다에서는 틀면 나오는 물이 없어 멀리서 길어와야 되고, 컨비니언스에서 공짜로 나눠주던 성냥알이 없어 불을 못 붙여 밥을 못해 먹는다는 이야기…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먹을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나는 평생 살면서 잠시동안 배가 고파 본 적은 있지만 하루 이상 굶어본 기억은 없다. 잠시만 배가 고파도 머리가 어지럽고 곧 죽을 것 같던데 어찌 그들은 그 배고픔 속을 그 오랜 세월 참아올 수가 있었는지.

그러다 그녀는 결혼을 하게 되고 아들을 낳는다. 하지만 남편이 자꾸 집에 찾아와 밥을 얻어 먹고 가자, 자기네 식구 먹는 것도 모자라는 데 집안에 눈치도 보이고 하니 친구 집에 가서 산다고 하며 집을 떠난다. 먹을 것이 없어 보내는 그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기를 안고 집을 나가서는 서로 뺏고 뺏기는 삶이 시작되고 결국에는 희망이 없는 나라에서 탈출을 결심한다. 첫 번째 탈북하는 과정에서 압록강의 물살에 안고있던 사랑하는 아들을 놓치고 만다. 사랑하는 아들을 물살에 놓치고 허우적거리는 엄마,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한 광경이 아닌가?

그리고 본인은 북한경비대에 구출이 된다. 아들을 잃고 절규하는 젊은 엄마, 위로하는 사람은 없고 그녀는 철창 속에 갇힌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거기서 풀려나고… 또 다시 탈북.

 중국에 건너가 갖은 고생 다하며 살아가는데, 그래도 먹는 것이 북한보다는 낫지만 언제 잡혀갈지 모른다는 그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생활이 계속되다 살기 위해 결혼을 하고 큰 도시로 나가 너무도 열심히 일해 어느 정도 부를 이룬다.

그리고 북한에 연락을 취해보는데 자기를 괴롭히던(그들 또한 먹을 것이 없으니 그랬겠지) 시어머니, 시누 그리고 북한의 남편까지 다 굶어 죽었고, 자기의 부모와 남동생도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괜찮게 살면서도 언제 잡혀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들과 함께 중국을 탈출해 남한으로 갈 것을 실행에 옮긴다. 모아둔 모든 재산은 남편에게 맡기고.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남한에 들어오고, 한국학생에서 적응 못하는 아들을 데리고 캐나다에 정착했다고 한다.

 1996-1998년 고난의 행군 시기에 무려 2, 3백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한다. 우리집 냉장고를 열면 먹지 못해 상해나가는 음식이 널려있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니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은 잘 먹었을까? 김정은이 살찐 것 보면 분명 그 놈은 잘 먹었을 거다.

 이 책을 보면서 나에게는 더 큰 꿈이 생겼다. ‘내가 이 나이에’ 하고 내려놓기 보다는, ‘내가 이 나이니까’ 더 열심히, 더 활기차게 살아야겠다고. 나에게 용기를 더해주신 김민주씨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앞이 깜깜할 때마다 활로를 뚫고 헤쳐 나오신 김민주씨에게 큰 찬사를 드리며 앞으로 살아가시는 날까지 그 가족에게 행운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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