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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ekim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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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날
daekim

 

 

단풍의 나라 캐나다에 살면서 단풍구경을 가 본지도 오래된 것 같다. 목회를 할 때는 해마다 교인들과 단풍관광을 다녔고, 정규목회를 접은 후에도 아내와 또는 가까운 친지들과 더불어 단풍의 명소들을 찾아 다니며 아름다운 캐나다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즐기곤 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어디를 가나 단풍으로 불타오르는 곳이 캐나다고, 매일 걷는 집 근처의 공원도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나무들이 많기만 한데 먼 곳까지 갈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에 공원에서 걷기 운동과 단풍구경을 겸하다 보니 단풍이 좋다는 곳을 찾아 나서지 못한 지가 여러 해가 된 것이다.

그러든 어느 날 알곤퀸의 단풍을 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거의 반백년 전 새빨갛게 타오르는 단풍의 불길 사이를 뚫고 60번 도로를 타고 올라가 알곤퀸 국립공원으로 들어서서 차를 달리노라니 양 옆으로 절정에 달한 단풍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고, 바다처럼 넓으면서 거울같이 맑은 호수 저 멀리 보이는 섬들을 가득 메운 저녁놀보다 붉은 단풍의 숲들이 눈에 들어왔다.

황홀하도록 아름답고 신비한 풍경이었다. 호수 건너편에 산불처럼 타오르는 단풍잎에 가려진 동화 속의 오두막집 같은 작은 집들을 보면서는 호수위로 차를 달려 단숨에 그 곳까지 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그날 알곤퀸을 다녀온 후로 난 완전히 캐나다의 아름다운 단풍에 반해버렸다. 나의 자랑스러운 학력과 경력(?) 같은 건 아예 무시해버리는 이 나라에서 “지성인의 고독과 슬픔”을 가슴 깊이 느끼며 지내야 했는데,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캐나다의 자연 속에서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 받으며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게 된 것이다.

그 후 계절에 관계없이 형편이 되는 대로 많은 곳들을 찾아 다니며 자연과 벗함으로 삶의 활력을 얻었는데 특별히 가을이 되면 알곤퀸과 그 근방을 많이 갔었다. 그러다 최근 몇 년 간은 아침저녁으로 집 앞 공원에서 계절의 향기를 맡으며, 자연이 들려주는 인생의 교훈에 귀 기울이며 지냈다. 그러던 중 불현듯 이 땅에 처음 와서 삶의 의욕마저 잃어가던 내게 새로운 꿈과 소망을 잉태하게 해준 알곤퀸을 찾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 것이다.

때마침 아내가 친구 권사님이 알려주었다면서 11번 도로를 따라 가면 Webers Burger란 햄버거 집이 있는데 한 번 가 볼만 하다고 했다. 구글에 들어가 검색해 보니 금요일엔 햄버거만 8천 개를 파는 유명한 햄버거 집 이었다.

1963년에 문을 열었다니 옛날에 알곤퀸을 자주 갈 때도 지나갔을 텐데 본 기억이 없는 것은 단풍에 매혹되어 있을 때라 햄버거 집 같은 것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곳이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지나는 길에 들리면 임도 보고 뽕도 따는 격이겠기에 같이 가기로 한 이 목사님과 거기서 만나자고 했다.

정한 날,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빠른 11시경에 Webers Burger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단풍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하는 지점에 자리잡은 Webers Burger의 주차장은 토론토의 웬만한 쇼핑몰 것보다 넓었고, 그 주위의 더 넓은 잔디밭에는 수십 개의 피크닉 테이블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잔디밭 뒤편으로는 울긋불긋한 단풍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숲이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정작 햄버거를 만들어 파는 가게는 초라할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그 가게 입구에서부터 상당히 긴 줄이 형성되어 있었다. 가족단위로, 또는 함께 온 일행이 같이 늘어선 줄이기에 사람 수는 엄청나게 많았다.

서둘러 맨 뒤에 서는 순간부터 우리 뒤로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훈련이 잘된 종업원들이 조직적이면서 신속한 서비스를 해주어서 곧 도착한다는 이 목사님이 오시기도 전에 주문한 커피와 햄버거를 들고 식당 문을 나설 수가 있었다.

제일 마음에 드는 곳에 놓인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숯불에 막 구워 만든 햄버거를 먹노라니 먹어보기는커녕 본 적도 없는 팔진미인들 이보다 더 맛이 좋으랴 싶었다.

거기다 신선하고 향기로운 가을공기를 삼키며 세계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캐나다의 단풍잎들이 바람에 휘날리며 떨어져 쌓이는 광경을 바라보며 마음이 통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즉석 숯불구이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축복의 땅 캐나다에서 누리는 축복의 시간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식사를 마친 후 고속도로 위로 건설된 구름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거기에도 넓은 주차장이 있었고, 확 트인 잔디밭 위에 피크닉 테이블들이 상당히 많이 놓여 있었다. 그 사이를 지나가니 보기 드물게 넓은 바위언덕이 나타났다. 그 위에 올라서니 넓고도 푸른 초원이 눈앞에 전개되었다.

호수처럼 잔잔하게 멀리 펼쳐진 풀들로 덮인 들판을 바라보는 순간 고둥학교 2학년 때 읽은 황순원의 <소나기>가 생각났다. 개울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초등학교 5학년의 소년과 소녀는 사랑이 무엇인지도 몰랐겠지만 그들만의 사랑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둘은 어느 청량한 가을 날 넓고도 푸른 가을 들판을 가로질러 들판 끝에 우뚝 솟아있는 산을 향해 걸어가며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사랑을 알지도 못하는 어린 소년과 소녀의 가슴에 싹트는 순수한 사랑을 그린 <소나기>를 읽은 후부터 가을이 되면 그들이 걸었던 그 푸른 가을들판을 나도 걸어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그 가을들판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그 가을들판의 끝에는 황순원의 소년과 소녀가 향했던 산 아닌 캐나다의 자랑인 단풍의 숲이 황홀한 모습으로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이 가을 들판을 가로 질러 저 숨 막히게 아름다운 단풍의 나라를 향해 가보지 않겠습니까?” 이같이 아내와 이 목사님 내외분에게 묻고는, 그들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푸른 가을의 초원으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내가 걷는 들판이 부드러운 토양 위에 잔디처럼 연한 풀들로 덮인 곳이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무릎까지는 미치지 않았지만 제법 억센 잡풀들이 발목이 넘게 덮여 있었고, 밟히는 땅에도 작고 굵은 돌들이 박혀 있었으며, 어떤 지점에서는 늪이나 수렁지대를 지나는 것처럼 발목까지 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다윗이 묘사한 “아름답고 푸른 초장”으로 보였던 들판이 주위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황막하고 위험한 광야로 남아있었을 상당히 거친 땅임을 알게 되면서 내려다보니 입고 있는 바지의 아랫부분이 온통 빨간색으로 변해 있었다.

의아해 하는 내게 뒤따라 오던 이 목사님이 꽃가루가 묻어서 그렇다고 귀 뜸해 주셨다. 온갖 종류의 잡풀들과 그것들 속에 숨겨져서 보이지도 않고 이름도 알 수 없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작은 꽃망울들로 덮여있는 들판을 걸어간다는 것은 슬픔과 괴로움, 절망과 아픔, 그러면서도 보람과 소망이 뒤섞인 인생길을 걷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떠오른 장면이 그 옛날 애굽을 탈출하여 삭막한 광야를 걸어가던 이스라엘 민족의 긴 행렬이었다. 그들의 광야의 행렬은 분명 “고난의 운명을 지고 역사의 능선을 달리는 것” 같은 고통스러운 행군이었다. 그러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복지를 바라보며 그 힘든 행진을 계속한 그네들에게는 가나안 정복이라는 승리의 면류관이 주어졌다.

<천로역졍>의 믿는 사람이 “멸망의 도시”를 떠나 “영원한 나라”를 향해 가는 순례의 길에도 숱한 고통과 아픔과 실망과 좌절이 가로막혀 있었다. 하지만 믿는 사람은 그가 걷는 “고난의 길”을 내려다보지 않고, “영원한 나라”를 바라보며 나갔기에 찬란한 영광의 나라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생의 광야 같은 험난한 길을 인내와 용기로 횡단한 것 같은 승리감을 느끼며 구름 다리를 다시 건너 Webers Burger가 있는 편으로 넘어왔다. 오전에 햄버거를 살 때는 20여 미터의 줄을 보고 놀랐는데, 50미터가 넘게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햄버거 집 소문보다 더 잘된다는 생각과 더불어 삶의 현장은 이처럼 쉬지 않고 변한다는 사실을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지 우리들이 향하는 목적지는 결코 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가는 곳은 영원한 하늘나라이며, 그 곳에는 우리에게 영생을 선물로 주신 예수 그리스도가 먼저 가셔서 우리들이 거할 집까지 마련해 놓고 우리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해 마련된 영원한 고향집을 향한 행진을 중지하거나 그릇된 길로 방향 전환한다는 것은 영원한 파멸을 자처하는 행위다. 그러므로 우리는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만을 바라보며 남은 인생의 경주를 달려야 할 것이다.

향기롭고 신선한 가을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우리 앞에 놓인 인생의 광야를 어떻게 건너야 할까를 다시 한 번 깨달은 보람되고 의미 있는 가을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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