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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꽃들의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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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국

 

담장아래 터를 잡고

호시절 구가하던 한 묶음의 수국이

수런수런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도

일생이 다사다난했다고,

누렇게 변해버린 얼굴 가린 채

기도하듯

몇 잎의 잎사귀를 모은다.

 

 

2. 쑥부쟁이

 

수국 이웃에

새살림 차리고 가지런하게 키운 치열이

서늘한 바람에 듬성듬성 흔들린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쑥 뜯으러 왔다가

신세만 지고 떠난다고,

갚을 길이 막막하다고

살래살래 고개 흔들고 있는 저 꼬락서니가

꼭 나를 닮았다.

 

 

 3. 꽃무릇

 

이젠 연분홍치마도

어울리지 않는 시절이 왔다고,

그래서 세상말세라고,

키만 키웠다가 얼굴이 갈퀴가 돼버린

몸,

올 가을엔 무엇을

긁어 모았을까.

 

 

4. 만데빌라

 

나팔꽃이라 착각하지 마라. 그쪽과는

대대손손 족보가 완연하게 다르다.

향이 없다고 헛소문내지 마라.

한 번 취하면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은근함이 무기다.

빨간, 파란색이 한 몸으로 피었다고,

빨갱이로 몰지 마라.

마음만 먹으면

어느 색이든 다 물들일 수 있다.

 

 

5. 베고니아

 

일 년에 삼세번

온몸을 활짝 꽃피워 바쳐도

순정을 모르는 인간들,

그래서

개보다도 정이 안 가는 인간들,

올 가을 마지막 피어봤자

외면할게 뻔할 뻔자인

멍청이들의 대명사.

인간.

 

(20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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