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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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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엘이의 꿈은 ‘화가’
Hwanghyunsoo

 

 한국에 있는 손녀, 하엘이는 일곱 살이다. 세상이 좋아져서 일주일에 4~5번 정도 영상통화를 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국제전화 통화료가 비싸서 안부만 간단히 묻고 서둘러 전화를 끊어야 했는데 말이다. 한국 시간으로 아침 8시쯤, 토론토 시간으로 저녁 7시경에 카톡이 울린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할머니!” “어휴, 우리 하엘이 공주님이구나” 대화는 대개 이렇게 시작한다. 옆에 있던 막내 손녀가 “할미, 나도 있어. 다엘이…” 두 살 터울의 막내가 질투하듯 끼어든다. “오, 다엘이 공주님도… 잘 있었어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네, 지금 닭죽 먹어요” “아, 맛있겠네… 할미도 좀 주면 안 될까?” 잠시 생각하더니 숟가락으로 죽을 좀 떠서 “으~응, 여기 있어요”하며 스마트폰 앞으로 내민다. 다엘이도 죽이 할머니한테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쯤이야 알고 있겠지만… 할미가 먹는 시늉을 하며 “아, 맛있네요.” 옆에 있던 하엘이가 그 새를 참지 못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뭐 하세요?” “응, 할아버지 옆에 계셔” 그제야 내 차례가 돌아온다.

 “아, 하엘이 공주님, 안녕하세요? 우리 공주님 너무 예쁘네…” 옆에서, “나도 예쁜데…”하며 다시 다엘이가 끼어든다. “오~, 우리 예쁜 다엘이 공주님도 안녕하세요?” 나는 이렇게 매일 똑같은 안부 인사를 하는데, 그 뒤부터는 어떤 이야길 해야 하는지 몰라서 서둘러 아내에게 스마트폰을 넘긴다.

 한 2년 전인가 영상통화를 하면서 아내가 “하엘이 공주님은 나중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세요?”하니까, 잠시 생각을 하더니 “어~엉… 난,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손녀의 대답에 우리 부부는 좀 의아했다. 우리가 자식을 키울 시절만 하더라도 꿈을 물어보면 ‘의사나 간호사, 선생님, 순경’ 등이었는데, 요리사라니? 아내가 웃으며 말한다. 아내가 “아, 하엘이는 셰프가 되고 싶어요?” “네, 셰프요.” 옆에 있던 하엘이 엄마인 딸이 ”쟤는 먹는 거 엄청 밝혀…” 한다. 어린 마음에 요리사가 되면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손녀가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 것을 할머니는 ‘셰프’로 받아넘겨 답을 했다. 할머니는 손녀가 하고 싶은 것이 요리사가 아니고 셰프라고 생각한 것이다. ‘요리사’와 ‘셰프’는 어떻게 다른가? 어느 매체에 두 차이를 설명한 글이 있는데, “‘셰프’는 요리를 새롭게 창조하고, ‘요리사’는 정해진 레시피에 의해서 음식을 만든다”고 한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옳은 이야기 같지는 않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집에서 먹는 음식은 특별한 레시피가 없는 경우가 많다. 요리책에 나와 있는 식재료나 사용하는 양이나 조합, 조리방법은 하나의 예시를 한 것이지,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가족에게 항상 맛있는 음식을 해주셨던 어머니는 한 번도 요리책을 읽어 보신 적도 없고 레시피가 뭔지도 모르셨다. 그런데 어머니는 어떻게 만들어야 맛이 있는지를 알고 계셨다. 오랫동안 음식을 하다 보니 나름대로 원칙이 세워져 있었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그 맛을 잊지 못하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아마도 대개의 사람들이 ‘어머니 맛’을 비슷하게 느끼는데, 같은 재료와 양념을 이용하더라도 각 가정마다 개성이 있었다. 재료와 양념을 섞는 비율이나 방법도 차이가 있지만, 불의 온도나 시간 등이 달라지며 음식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같은 재료로 같은 날, 같이 만든 김치도 며느리가 비빈 김치와 시어머니의 것이 ‘다름’은 어쩔 수 없다. 많이 배워 ‘똑소리’ 나는 며느리들도 부엌에서는 시어머니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매체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굳이 요리사와 셰프를 구분하자면, 요리사는 쿡(cook)이고 셰프(chef)는 마스터 요리사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2가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 “클래식 음악의 지휘자를 예로 들면, 경력과 명성이 많지 않은 지휘자는 그냥 지휘자로 부르지만, 경력과 명성이 대단히 높은 지휘자는 마에스트로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 산업 현장의 엔지니어를 예로 들면, 기사 자격증이 있고 경력이 없거나 많지 않은 엔지니어를 기사라고 부르지만 경력이 많고 기술과 숙련도도 높고 전문지식도 많은 엔지니어를 기술사라고 부릅니다. 이게 바로 요리사와 셰프의 차이입니다.”라며 ‘세계적인 요리업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구분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요리사보다는 셰프가 직급상으로 한 단계 위로 보는가 보다.

 하지만, 아내가 손녀에게 “셰프가 되고 싶으세요?”한 것은 다른 이유일 게다. 손녀가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한다’고 했지만, 손녀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요리사가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손녀가 잘 알고 있는 요리사는 ‘엄마’인데, 그 엄마는 위험한 칼과 불을 다루고 매일 힘들게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손녀가 되고 싶은 것은 일에 시달리는 요리사가 아니라, 바로 셰프다. 내가 느끼기에는 셰프나 요리사나 힘들긴 매한가진데 말이다. 그렇지만 ‘셰프’는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다. 바로 방송에 등장하는 이미지다. 방송에 등장하는 셰프들은 어떤 요리도 척척 하고 한결같이 색다르고 창의적이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주위의 칭찬이 쏟아진다. 그들은 힘든 주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화려한 조명 속에서 그들이 익숙하게 칼질을 하는 모습이나, 양념을 척척 만드는 모습 자체가 멋있고 화제가 된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는 셰프보다는 셰프테이너이고 방송인의 성격을 더 갖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손녀가 되고 싶은 것은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무슨 폼나는 사람(?)인 것을 할머니는 눈치챈 것이다.

 

 

 즉,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이다. 셰프가 되기 위해서 덥고 습한 주방에서 힘들게 땀흘리고 일 생각은 아예 처음부터 없다. 자신의 꿈을 좇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요즘 하엘이의 꿈은 ‘화가’다.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데 솜씨가 만만찮다. 손주 자랑에 눈이 먼 탓도 있겠지만, 나의 젊은 시절 꿈이 화가여서 더욱 기쁘다.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가운데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을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가를 꿈꾸는 것이 매우 힘든 과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하엘아! 꿈을 포기하지 말아라. 이 할배는 셰프보다는 화가가 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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