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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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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 칼국수
Hwanghyunsoo

 

초등학교 시절에 여름이 되면 1년에 한 번은 친척들이 모여 계곡으로 물놀이를 갔었다. 실향민인 친척들에게 이 모임은 힘든 타향살이를 서로 위로하는 자리였고 개구쟁이던 우리들에게는 지금의 ‘놀이동산’을 가는 것만큼이나 좋은 날이었다. 도봉산에서 의정부 방향으로 가다가 있는 망월사 계곡이라는 곳이 있다.

지금은 망월사역이 생기고 신한대 캠퍼스가 들어서면서 완전 번화한 주택지가 되어버렸지만, 당시에는 서울에서 가려면 교통이 불편해 큰맘 먹지 않으면 가기 어려웠다. 이 역에서 40여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원도봉산 중턱에 망월사가 나오고 그 근처에 무허가 음식점들이 계곡 물을 막아 간이 물놀이장을 만들고 돗자리를 펴 놓고 장사를 했다.

자주 가는 음식점에 자릿세를 주고 전용 계곡처럼 사용했는데, 아이들은 하루 종일 물장구도 치고 가재도 잡고, 어른들은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음주를 즐겼다. 기억에 남는 음식 중에 닭백숙을 푹 삶아 건져내 백숙은 잘게 찢어 양념에 무쳐 내고 그 육수에 호박, 양파, 대파, 미나리 등을 넣은 다음 국수를 펄펄 끓여 먹었다.

계곡물이 엄청 차가웠지만, 어린 나이에 물놀이하느라 잊고 있다가 물 밖으로 나오면 추워 부들부들 떨었다. 그럴 때 푹 삶은 국수를 먹으면 온 몸이 풀렸는데, 그 뜨끈한 국물 맛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요즘의 샤부샤부 국수와 라면을 섞은 맛쯤으로 상상하면 된다. 어른들은 ‘이열치열’이라며 땀을 흘리며 국수를 드셨는데 그래서 ‘이열치열’은 여름에 국수 먹을 때 쓰는 단어로 각인된다.

 

 

나이가 들면서 국수가 점점 좋아진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비슷한 연배들이 모두들 ‘그러하다’고 한다. 씹기도 부드럽고 가족끼리 간단하게 먹을 수 있고 가격도 부담이 없다. 팬데믹 기간 동안 음식점을 가지 못해 섭섭했는데, 그 중에서도 칼국수를 먹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쉬웠다.

지금은 이곳 토론토에도 칼국수 전문점이 제법 많아졌다. 가장 먼저 생긴 <명동칼국수>부터 <명동교자 칼국수>, <명동 참맛 칼국수>, <진명동 칼국수>등이 있다. 전부 <명동교자(구 명동칼국수)>를 벤치마킹한 모양이다.

<명동교자>는 1966년 중구 수하동에서 <장수장>이라는 명칭으로 영업을 하다가 명동으로 이전하며 <명동칼국수>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그 뒤 지점을 내며 상표 등록 시비로 지금의 <명동교자>로 바꿨다. 이 집의 육수는 닭 육수에 애호박과 매운 양파를 베이스로 하고 있는데, 따라 나오는 매운 겉절이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랑이다. 명동에도 두 군데가 있었는데, 내가 자주 들렸던 곳은 계성여고 후문 쪽에 있던 본점이었다.

이곳 토론토의 칼국수 식당에서는 서울 명동 오리지널 <명동교자>의 진한 맛은 찾기 어렵다. 그리고 육수 베이스가 모두 사골 국물이어서 식당마다 개성이 없는 것도 아쉽고, 어떤 식당은 덜 끊인 소고기 다시마 맛이 강한 곳도 있다. 칼국수도 해물, 버섯, 김치, 닭, 바지락, 들깨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왜, 사골 육수만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같이 먹는 겉절이 김치도 마늘향이 너무 강해 처음에는 당기지만, 매운 양념에 비해 배추 양이 너무 적어 골라 먹다 보면 나중에는 빨간 양념만 남게 된다. 그리고 인공조미료(MSG)를 많이 써서인지, 집에 돌아와 맹물을 많이 들이 키기도 한다.

전문 칼국수 식당은 아니지만, <압구정 닭한마리>는 닭백숙을 시키면 그 육수에 직접 뽑은 칼국수를 끓여 주는데, 깊은 맛이 있고 그나마 개성이 있다. 하지만, 20여 년 동안 장사를 해서 그런지, 매장 내에 음식 냄새가 너무 배어 있는 게 흠이다.

스틸스(Steeles Ave)와 영(Yonge Street)에 있는 <샤브랑 콩불>에서는 소고기 샤부샤부를 먹고 남은 육수에 칼국수를 직접 끓여 먹게 해 주는데 담백한 별미를 느낄 수 있다. 두 식당 모두 가격은 일반 칼국수 식당에 비해 조금 비싸지만, 가성비가 있다.

나는 이민 오기 전에 일산신도시에 살았다. 노래 ‘삼포로 가는 길’을 부른 가수 강은철이 일산에 살고 있어 고국에 가면 거기서 자주 만났다. 강은철은 소문난 미식가인데 내가 칼국수를 좋아하는 것을 알아 근처의 맛집을 안내하곤 했다.

몇 해 전에는 <등촌 샤브 칼국수>라는 곳을 함께 갔다. 한국 어디를 가나 <등촌 샤브 칼국수>라는 음식점이 있지만, 일산 정발산 북쪽 아래, 정발산동에 있는 것이 본점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등촌 칼국수’냐? 등나무가 많은 동네 정취를 담아 '등촌'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 등촌동에 있는 <등촌 칼국수>와 상호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있었던 집이라고 한다.

 

 

이민 오기 전에 가족들과 몇 번 가본 곳으로 당시는 건물이 단층이었는데 이제는 3층짜리 빌딩으로 규모가 엄청 커졌고 종업원들도 수십 명이 되어 보였다. ‘등촌 샤브 칼국수’의 기본 메뉴는 버섯 칼국수에 야채, 사리, 볶음밥 코스로 나온다. 취향에 따라 소고기 샤브나 해물 샤브를 추가해서 먹으면 된다.

우리는 칼국수 2인분에 추가로 소고기 샤브를 추가했다. 버섯 칼국수를 시키고 샤브 고기를 시키면 냄비에 느타리버섯, 숙주, 미나리, 대파가 듬뿍 담겨 나온다. 육수는 멸치와 다시마를 베이스로 한 것 같고 고춧가루와 고추장, 된장, 다진 마늘 등을 넣어 약간 매운맛이 났다.

처음에는 넘치지나 않을까 했지만 육수가 끊기 시작하면 이내 숨이 죽고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야채가 숨이 죽으면 우선 버섯부터 건져 고추냉이 간장 소스에 한 번 찍어 먹고, 이어서 샤브 고기를 넣고 야채와 함께 먹으면 국물이 진하게 우려지면서 점점 맛이 더 깊어진다.

샤브 고기에 곁들여 먹는 아삭아삭한 겉절이 김치도 바로 무쳐 내 신선하다. 샤부샤부 고기는 얇기 때문에 넣자마자 바로 꺼내 먹어야 하는데, 샤브 고기가 너무 맛있어도 더 이상 추가하면 나중에 감당이 안되니 꾹 참아야 한다.

야채와 고기로 대충 배를 채우고 나서 칼국수를 넣고 끓인다. ‘이렇게 음식을 많이 주면 뭐가 남나?’ 할 정도로 양을 많았다. 칼국수가 육수 위로 조금씩 떠오르면 벌써 익은 거니 건져내 불어 가며 먹으면 된다.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겠지만,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니 다음 식사를 위해 자리를 조금 남겨 놔야 한다.

강은철이 "여기 밥 좀 볶아 주세요!" 하니, 매콤하고 칼칼한 육수에 밥 한 공기와 계란, 잘게 썬 야채와 김치를 볶아 주는데 누룽지까지 박박 긁어먹었다.

혼자 가면 굳이 샤브 고기를 먹지 않고 버섯칼국수만 먹어도 든든하다.

버섯칼국수가 8,000원이고 샤브 고기 1인분에 8,000원이니 가성비는 말할 것도 없다. 날씨가 쌀쌀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더운 여름이어도 땀을 뻘뻘 흘리며 먹은 이열치열의 맛도 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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