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lee
경제 및 시사문예 종합지 <한인뉴스 부동산캐나다>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품격 있는 언론사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941 전체: 654,729 )
“떳떳하십니까?”
ywlee

 

 영어속담에 ‘Everyone has a skeleton in his closet(사람은 누구나 벽장에 해골 하나는 갖고 있다)’는 말이 있다. 어감이 섬뜩하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말 못할 비밀이 있기 마련이란 뜻이다. ‘Every man has a fool in his sleeve(자신의 소매 안에 바보가 있다)’는 말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약점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우리말의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정도가 될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빈틈없이 완벽하고 업무적으로 뛰어난 사람도 말 못할 고민이나 외부에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아픈 사연, 또는 꼭꼭 감추고 싶은 비밀 하나 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 개개인이 아무 흠결 없이 완전하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그야말로 모두가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해서 공평하게 살아가는 지상낙원이 될까. 평화롭긴 하겠지만 좀 무미건조하지 않을까. 


 인간은 누구나 조금씩 모자란 면이 있기에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며 살아가는 맛이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허물은 사람을 인간적으로 좀더 친근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평소 엄숙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상관이 회식자리에서 다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때 직원들은 오히려 그에 대해 인간적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문제는 그 허물에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정(國政)을 다루는 고위 공직자라면 도덕적으로나 양심적으로 일반인들보다 좀더 깨끗해야 국가의 영(令)이 설 터인데 현실은 그렇질 못하다는데 있다. 두달여 전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각료와 청와대 참모진 인선과정에서 드러난 추한 면면들을 보며 일반서민들은 혀를 차고 있다. 


 자녀교육을 명분 삼은 위장전입은 약과이고, 부동산 투기, 탈세, 뇌물, 논문표절, 음주운전… 언뜻 들으면 무슨 시정잡배들을 한군데 모아놓은 것 같다. 새 정부의 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흉한 민낯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국가를 통치한다면 국민들이 잘 따라줄까. 


 국민들의 축복 속에 닻을 올렸어야 할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부터 구성원들의 온갖 치부가 드러나면서 체면을 깎였다. 인간적 허물이라면 봐줄 수도 있지만 도덕적으로 죄의식도 없는 사람들이 국정을 논한다니 국민들이 이해를 할까.                


 고위공직자들 이력을 보면 한국의 지도층에 오르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있는 듯하다.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은 기본이요, 본인이나 아들은 디스크 등에 걸려  병역이 면제되고, 탈세를 통한 치부(致富), 법조계 출신의 전관예우, 학자출신이라면 논문표절 등, 이런 경력이 없으면 고위직에 오를 수 없을까 착각할 지경이다.


 고위층의 도덕기강 해이가 만연되다 보니 이젠 그런 것이 아무 죄의식 없이 사회 전체에 인식되고, 특히 부정과 비리가 일종의 능력처럼 비쳐지고 있다. 병역면제를 받는 것도 능력이요, 투기로 재산을 모으는 것도 능력이며, 이중국적, 전관예우 등도 모두 능력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진정한 개혁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초기 인사는 참으로 실망스럽다. 개혁성향으로 분류돼 호평을 받은 인사들조차 특권형 부패 의혹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운동 기간에 ‘인사 배제 5대 원칙’으로 논문표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병역면탈, 위장전입 을 제시하며 이를 저지른 인물은 공직 인선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런 사람들만 모아놓은 꼴이 됐다. 


 개혁인사라는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탕평 인사’ 성격이었던 국무총리 후보자와 첫 여성 외교부장관 후보자 등이 모두 위장전입에 걸렸다. 국방장관 후보자란 사람은 해군참모총장 시절 군 납품비리 수사 중단 지시 의혹을 받는가 하면, 예편 뒤엔 로펌에서 거액의 ‘자문료’를 챙겼고,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논문표절, 고용노동부장관은 만취 음주운전 전력을 안고 있어 야권에서는 이들에게 ‘비리 신(新)3종세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정도면 새 정부가 외치는 ‘적폐청산’ 구호가 공허하게만 들린다. 


 이전 박근혜 정부는 출범초기 낙마자가 너무 많아 인수위원회를 두 달 넘게 운영하고도 취임 한 달 후까지 내각회의를 열 수가 없었다. 특히 박근혜는 재임 4년 동안 총리를 3명밖에 기용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많다. 전관예우 특혜, 탈세, 직위 이용 축재 등 전형적인 특권층형 부정부패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이런 사람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며 정의 운운하니 나라가 제대로 작동되겠는가.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평소 능력 있고 훌륭하게 보이는 사람에게도 결함이 없을 수 없다. 완전하게 보이는 사람도 가까이 지내다 보면 약점이 많이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국정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세계에 만연될 경우 조직의 정당한 권위마저 인정을 못받고 위계질서가 무너지게 된다. 


 예로부터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 했다. 우선 나 자신과 주변부터 잘 다스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나 자신도 떳떳하지 못하면서 무슨 천하를 논하는가. 우리는 진정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이 떳떳하게 살고 있을까? 적어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가?    (사장)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