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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빛의 목소리(1)
young2017

 
 

나는, 그날 아침, 햇살이 오늘처럼 비추던 그날 아침에도 저런 투명한 종소리를 그 광장에서 들었다. 나는 지금 투명한 창유리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며 이 창유리 너머 저쪽 언덕에 서 있는 교회의 종탑에서 흔들리며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있다.


창 밖 길 위에서 낙엽 구르는 소리에 그날 아침 그 광장의 그 종소리가 울려나는 듯 하다. 


그 날도 나는 여느 때처럼 아침 일을 시작하기 위하여 베드로광장의 한 모퉁이에 서성이며 먹이감을 물색하고 있었다. 그렇다. 먹이감. 그 시절 나는 나의 고객들을 "먹이감"이라고 불렀다. 상등 먹이감, 중등 먹이감, 그리고 하등 먹이감. 나의 직업은 소매치기 ㅡ 쓰리꾼이었다.


그 날 아침 그 아리따운 소녀가 백펙을 나에게 맡기고 화장실에 가며 잠시 보아달라고 할때 나는 그녀를 상등 먹이감으로 평가하고 친절히 그 백펙을 받아 들었다. 나의 작업은 시작되었다. 백펙의 지퍼를 내리고, 지갑을 찾아서 열어봤을 때 지갑 안에 들어있는 지폐를 보았다.


저만치 걸어가는 먹이감의 호주머니에 든 지갑도 내 것이라고 여기는데 하물며 내 손에 든 지갑 속에 들어 있는 지폐야말로 내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순간 '내게 맡긴 지갑을 내가 훔쳐서야 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믿고 맡긴 지갑을 내가 어떻게 훔칠 수 있겠는가 ㅡ 나는 내가 내 스스로에게 가진 의식에 대하여 깜짝 놀랐다. 나는 내가 내 자신에게 더욱 놀란 것은 내가 밖이 아닌, 즉 소매치기 작업을 하기 위해서 먹이감의 의식상태와 주위 환경 상태에 주워진 상황 관계를 파악하는 대신, 나는 내 자신 속에서 흐르는 나의 의식을 내가 들여다 보고 있음에 놀라고 있었다.


나는 나의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아주 민감하다. 그것은 나의 직업상 그렇게 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둑을 두는 이가 몇 수 앞을 읽을 수 있어야 하듯이, 나 역시 나의 작업을 위하여 먹이감을 고를 때 몇 수 앞을 훤히 볼 수 있어야 한다. ‘저 사람이 먹이감이다’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나와 그 고객과 그리고 주위 군중과 그곳에서 그 때에 엮어진 상황과 관계를 한 순간에 파악하고, 내 자신이 안전하게 그 일을 수행할 수 있으며, 그 고객이 내가 안전하게 그 상황에서 빠져 나갈 때까지 모르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때 나는 그 고객의 관심거리와 그의 심리 상태를 내 경험과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읽어 보며 내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내가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것을 그 고객이 눈치채지 못하게 나는 나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내 목적물을 내 손안에 들고 그 곳에서 멀어져 갈 때에도 나는 내 뒤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내 앞에서 보듯이 감지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나의 직업상 내 밖에서 일어나는, 그리고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에 대하여 항상 민감하게 감지하고 있어야 한다.


즉, 나는 항상 밖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하여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 습관화 되었는데, 오늘 아침에 나는 내가 내 안에서 일어나는 나의 의식을 바라보고 있는 것에 깜짝 놀라고 있는 것이다.


그 소녀는 조금 전에 화장실에 갈 때처럼 조급한 얼굴이 아닌 이 광장에 가득한 빛처럼 화사하고 안정된 얼굴로 내게 고맙다는 표정으로 전혀 의심치 않은 눈으로 내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이다. 나는 어설픈 동작으로 몸을 뒤로 돌리며 그러나 빠른 손동작으로 그녀가 볼 수 없는 동안에 지갑을 백펙 속에 도로 넣고 지퍼를 잠그고 돌아서며 그녀를 바라보며,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라고 하며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그녀는 내게서 돌려받은 백펙을 등에 지고 또 다시 화사한 얼굴에 고마움 가득한 얼굴로 내게 인사하고 있었다. 나는 백펙을 "그대로" 돌려준 것이다. 그대로 ㅡ 전과 같이. 지폐가 들어있는 지갑이 든 백펙을 내가 갖지 않고 그대로 돌려 준 것이다. 


소매치기인 내가 아무 일없이 그 지갑에서 지폐만 훔치고 다른 것들을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게 내 얼굴 표정을 잘 관리하며 그곳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상황이었는데도, 나는 그녀의 백펙을 그냥 그대로 돌려주어버린 것이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는 순간에 그녀의 손을 보았다. 어딘가에서 보았었다는 느낌이 드는 손을. 


나는 휑뎅그렁한 마음으로 멍하니 그 소녀가 태양이 가득히 내리는, 내 마음에 아침 햇살이 가득히 내리는 나의 일터 베드로 광장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그때 교회의 종소리가 광장 가득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내 두 눈에서, 가슴에서 주르르 흐르는 눈물 ㅡ 그 종소리는 내 마음 가득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다른 한 손이 내 기억에서 떠올랐다. 어느 날이었던가 내가 그 손을 잡고 성당의 육중한 문을 밀고 들여보낸 그 손이. 


그날, 그 울림의 종소리가 지금 창 밖의 포도 위에서 구르는 낙엽 끌리는 소리에 울어나는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그 일을 그만 두었다.


그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그날의 종소리는 내 마음에서 마-악 꺼져가려는 양심의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나는 후회의 눈물을 흘리게 된 것이다. 후회하고 반성하는 내 삶에서 성찰이 시작된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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