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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송백’(歲寒松柏)
namsukpark

 

 

 “첫 번째 개가 짖자 두 번째도 짖고, 세 번째 개가 따라 짖는다(一犬吠 二犬吠 三犬亦隨吠). 특이한 것을 보고 놀라는 것은 당연하나, 개는 어찌 아무것도 없는데 저리도 짖을까? 짖는 것에는 분명 연유가 있는데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이니 아이에게 어서 문을 닫으라 한다.(見非常有理宜驚 / 犬乎何事無爲吠 / 吠固有意人不識 / 說與兒童門速閉)” [이경전(李慶全) / 조선 중기, <견폐>(犬吠•개 짖는 소리)] 

 


진눈깨비 흩날리고 바람불어 추운 날 공원산책길 나서려다 되돌아섰다. 눈꽃이 만발했지만 행여 미끄러질까 봐 속으론 피식 웃으며 돌아왔어도 한편으론 선택을 여간 잘한 것 같기도 했다. ‘세한송백(歲寒松柏)’이라고 하지만 사람이나 날짐승이 추위를 견디기 위해 웅크리는 자세를 탓할 수만은 없겠다. 


평년기온보다 10~15°C를 밑도는 추위라는데 동장군 휘하의 호위무사(護衛武士)들이 -35°C를 겁 없이 넘나드는 체감온도를 말해본들 무엇하랴. 기상전문가들은 북미대륙을 덮친 세기(世紀)의 한파가 나이아가라폭포를 얼음궁전으로 변모시켰다고 전한다. 아무렴 폭포가 동결(凍結)된 것은 아니고, 얼음 밑으론 여전히 호숫물이 천둥소릴 낮춰가며 흐르고 있었다. 


부모님의 몸을 빌려 세상에 태어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어느덧 돌고 돌다 ‘여섯 바퀴’ 돌아 오늘날에 이르렀다. 비록 여의주(如意珠)를 구하진 못했어도 몸과 마음도 튼튼히 새 희망을 품게 하는 새해를 맞이하였으니 얼마나 감사할 따름이다. 이젠 조용히 기도하는 맘속에서 뵙는 어머님께 천방지축인 아들 녀석은 마른하늘에 벼락치듯 하는 개구쟁이였던지 모른다. 


그래도 “이 사람 될 놈아~ 아무렴 돌부리에 넘어져 다치지 않도록 조심했으면 오죽이련만…”하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울 엄니의 온유하신 자식사랑은 세상에 둘도 없는 약손이셨다. 


예나 제나 추억의 음식이라면 난 주저 없이 자장면을 손꼽는다. 짬뽕, 탕수육과 함께 중화요리의 3대 천왕으로 등극한지 오래지만 식도락(食道樂)은 아니었고 값싸고 맛있는데 요즘 말하는 가성비까지 최고였다. 올망졸망하던 6남매 양육하시느라 허리끈을 조르시던 부모님 생각이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른다. 아픈 사람 없고 실패하는 이 없고, 우울하거나 슬퍼하는 사람 없는 서로가 배려하고 아끼면서 함께 노력해가는 희망이 넘치는 무술(戊戌)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마지 않는다. 


프랑스의 ‘쥘 르나르’는 <홍당무>를 지은 작가로서 신체가 허약한 나머지 아침 잠자리에서 눈을 뜰 때마다 “눈이 보인다. 귀가 즐겁다. 몸이 움직인다. 오늘은 기분도 괜찮다. 고맙다. 인생은 참 아름답다.”고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현대사회는 소외된 자는 있어도 절대빈곤은 없는 세상이라고들 말한다. 


그나저나 오라는 덴 없어도 갈 곳이 많은 일상에서 조금 머쓱해지는 일도 없잖다. 컵라면 먹고 *다방으로 향하는 ‘알뜰 욜로(YOLO)족’의 착각이야 자유겠지만, 겨울철에 우울증을 많이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일조량(日照量) 부족일 테다. 입춘(立春)이 낼 모레다. 나른해질 낮 시간이 눈에 띄게 길어지며 봄이 저만치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다. 


한 순간의 대척점(對蹠點)에서 긴장은 다툼으로 번지지 않고 마무리해야 한다. 인생도 예술도 에너지에 틀림이 없다. 디지털은 현실이고 아날로그는 추억이다. 젊은 시절의 치기는 있을 수도 있다. 고매(高邁)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쳤어도 배가 불러 조금 먹을 수밖에 없었다는 아쉬움을 두고 붉으락푸르락 해 봤자 삭신이 한가로움을 얻을 수 있을까. 나이 들어갈수록 자기관리를 슬기롭게 해야 하겠다. 


우리가 살다 보면 여의찮은 상황이 있겠고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게 있어 기다려야 할 때가 있으리라. 너나없이 지나온 삶의 궤적과 얻어 든 교훈은 다르겠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여러분 곁을 지켜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가족에게 감사하자.’ 


희망과 설렘으로 무술(戊戌) 새해를 맞이하는 저마다의 사연과 면면(面面)은 다양하다지만 복(福)은 받는 것이 아니고 짓는 게 아닐는지? 사사건건 길흉(吉凶)을 따지려 들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도록 힘써야겠다. 운명에는 행•불행의 여신이 한 몸으로 온다는 것을 유념할 일이다. 즐겁고 감사할 줄 아는 삶이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에 충만 하시기를… 간절하고 간곡하게 두 손 모아야 할 시간이다. 

 


“분몌(分袂)에 편안하면 몸에 욕됨이 없고, 낌새를 알면 마음이 절로 한가롭지. 비록 인간 세상에 살더라도, 오히려 인간세상을 벗어난다네 (安分身無辱 / 知幾心自閑 / 雖居人世上 / 却是出人間)” [격양시(擊壤詩) / <명심보감(明心寶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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