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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위하여
macho

 

겨울을 위하여

 

 


투명한 숨결로 그대가 오면 
해와 달이 없는 것도 아닌데 
뜨거운 청춘으로 불타던 잎새들도 
연분홍 치마 날리던 꽃잎들도 그만
차디 찬 북풍의 채찍질을 피하려는 듯 
서둘러 쌍쌍이 사랑의 야반도주로 
저 멀리 세상 밖으로 몰려가고 있구나. 

 


숲 속에 잠든 백설공주인 그대가 오면 
하늘도 땅도 일제히 자장가를 부르며
눈꽃 솜이불을 펼쳐주고 
“잘 자거라, 아가야.” 
한껏 가슴으로 그대를 안아주면 
어느새 온세상도 그대의 모습을 따라 
정적의 잠 속에 빨려든 
전설의 회색빛 성채로 떠오르고 있구나. 

 


잊혀진 불멸의 미인 그대가 오면 
달 속의 토끼가 훌쩍 뛰어나와서 
산골짝에서 산골짝으로 넘나들고 
금빛 햇살과 은빛 달무리도 장막을 드리우고 
산천초목도 산짐승들도 제 쉼터에서 
긴 동면의 또아리를 틀고 
오직 두 귀를 쫑긋 세운 철부지 산토끼만이 
그대의 슬픈 신화 속 신비를 흉내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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