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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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장사 짚신장사
kimhail

 
 

 필자의 가게가 위치한 곳은 다운타운에서도 대학가의 먹자골목으로 알려진 곳으로 여름에 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가고 나면 매출이 다른 계절에 비해 좀 떨어진다. 


 그러나 방학 철이면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특징을 가진 곳인데도 불구하고 같은 골목에 있는 아이스크림 집 하나는 손님들이 어디서들 그렇게 몰려오는지 여름철이면 정신없이 바쁘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농담으로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나 더 할까? 그러면 겨울에는 라면 잘 팔려 신나고,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이 잘 팔려 신날 거 아냐?” 했더니 그 친구가 “아서라 이 친구야, 여름에도 울고 겨울에도 운다. 여름엔 라면이 안 팔려 울고, 겨울엔 아이스크림이 안 팔려 울지” 한다. 


 그럴 것 같다. 사람 마음이란 것이 간사하기 이를데 없다보니 그저 욕심만 앞서 쓸데없는 걱정만 하나 늘어날 것 같다. 욕심 없는 사람 어디 있겠으며 욕심, 욕망 이란 것이 꼭 부정적인 의미만 갖는 것은 아닐 테다. 욕심이 있어야 남보다 더 뛰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욕망이 인간을 더 발전하게 해준다. 


 지난여름에 필자의 가게가 있는 골목에 좀 별난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새로 문을 열었다. 대만에서 시작한 유명한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라는데 손님이 보는 앞에서 직접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주는 쇼를 하는, 볼거리가 있는 꽤 이색적인 집이었다. 


 여름 내내 늘 십여 미터 이상 줄이 늘어졌고 옆 식당에서 항의를 했는지 아니면 스스로 미안해서 그랬는지 옆 가게에 방해가 안되도록 기다리는 줄을 정리하는 담당자까지 두고 있었다.


 필자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고 싶었고 직원들에게 맛도 보여 줄 겸 30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며 사진을 찍고 동영상도 찍었다. 냉동 철판에 크림을 붓고 얼기 시작하면 스크래퍼로 긁어 롤을 말고 생과일을 다져 넣는다. 아이스크림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고 신기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네명의 직원이 쉬지않고 만들어 대는 데도 줄은 줄어들지 않고 아침 문열기 전부터 저녁 늦게까지 늘 긴 줄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샘나도록 장사가 잘되던 집이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서 줄이 서서히 짧아지더니 급기야 겨울이 되니 손님이 거의 없었다. 아이스크림 만드는 직원도 한 사람만 일을 하고 있었고, 오다가다 들여다보면 손님이 한 사람도 없는 날도 많았다.


 겨울철이라고 렌트비를 덜 내는 것도 아닐진대 저런 집들은 과연 여름 한철 장사해서 일년을 먹고 살 만큼 버는 건지 문득 궁금해지기까지 하였다. 인간의 마음이 다 그렇다.


 내가 불행하다고 느껴질 때 남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고, 내가 남보다 더 가진 것에는 감사할 줄 모르고 남보다 부족한 것만 시샘한다. 돈 많고 건강이 시원찮은 사람은 건강한 사람을 부러워하는데 그 건강한 사람은 자식 중 한둘이 속을 썩여 자식 잘둔 사람을 부러워한다. 


 필자가 장사가 좀 시원찮은 여름에 아이스크림 장사를 부러워했듯 그 아이스크림 집 주인장은 손님 없는 겨울철에 늘 북적이는 우리 가게 앞을 지나면서 ‘나도 라면 장사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 좀 고민스럽다. 5월 들어 학생들 방학을 하면서 역시 매상이 떨어지기는 하는데 지난해에 비해서 그 떨어지는 폭이 많이 작아졌다. 즐거워야 할 일인데 고민은 다른 곳에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매상이 떨어지면서 인건비를 줄여 그 부분을 충당하고자 직원을 한 명 줄여 운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애매하다. 인원을 줄이기에는 일이 좀 벅찰 것 같고 그렇다고 그대로 가기에는 겨울철에 비해 수입이 줄어드는 애매한 시점에 와있다. 그렇다고 매상이 더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한국에 비해 유난히 여름방학이 긴 이곳 학제가 원망스럽고 하필 학교 근처에 자리를 잡아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까 싶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고 입장을 바꾸면 이 고민은 간단히 해결될 일이다. 여름에 장사가 안 되는 것이 아니고 겨울에 장사가 잘 되는 것이다. 추워서 모두 웅크리고 밖에 안 나오려 하는데 우리집은 겨우 내내 늘 북적이니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 일인가? 


 우산장사 아들과 짚신장사 아들을 둔 어머니의 근심도 그렇게 쉽게 해결 되었다. 동네 현자(賢子)의 조언대로 비가오니 큰아들 장사가 잘되어 좋고 날이 좋으니 작은 아들 짚신이 많이 팔려 좋다고 생각하니 매일 매일이 기쁘고 행복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했던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행복과 불행이다. 원효대사가 마신 해골바가지 물이 모르고 마셨던 전날 밤에는 감로수처럼 달콤했던 것처럼 마음이 만들어 내는 만족과 불만족의 차이가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지금까지 내가 이루어 냈던 것에 만족하고 성취감을 즐기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삶이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줄지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되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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