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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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을 파는 식당(Experience Marketing)
kimhail

체험을 파는 식당(Experience Marketing)

 

 

 

지난해 여름 무렵부터 한번 가 봐야지 하면서도 이런 저런 일로 미루고 있었던 식당에 지난 주말에 다녀 왔다. 부근을 지날 때 보면 늘 10여명 이상 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고 음식이나 분위기가 매우 궁금 했었다.

 

 

식사 시간을 피해서 갔던 터라 다행히 줄을 서지는 않았지만 식당은 꽤 붐비고 있었다. 주문을 하기 전에 주변 테이블들을 둘러보니 이건 뭐, 난전이 따로 없었다.

 

컨셉트가 그렇다는 것은 이미 알고 갔으나 상상 이상이었다. 테이블에는 정갈한 테이블 보 대신 박스 포장에 쓰이는 누런 포장지가 깔리고 음식은 비닐 봉지에 담겨 나오고, 포크나 나이프도 없이 일회용 장갑을 끼고 손으로 먹는다. 물 조차도 일회용 컵에 준다. 심지어는 냅킨도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쓰는 것이 아닌 페이퍼 키친 타월을 두루마리 채로 식탁에 던져 주고 간다.

 

 

식사를 마친 손님이 일어나면 직원이 와서 테이블에 깔려 있던 포장지와 음식 잔여물을 한꺼번에 둘둘 말아 가 버리고 새로운 손님이 앉는다.

 

 

이 식당의 성공 요소는 무엇일까 생각 해 본다.

 

 

첫째는 저렴한 가격이다. 삶은 새우 한 봉지(몇 마리 들었는지 세어 보지는 못했지만 대략 열 두어 마리쯤 들어 있었던 것 같다)에 $13.95이니 일식집의 새우 튀김에 비하면 꽤 저렴한 편이다. 대량 구매가 가능할 테고, 인력이 절감되니 가격 경쟁력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로 해당 식당의 웹사이트에서는 Fresh를 강조하고 있는데, 소스 때문에 신선한지 어떤지 직접 느끼지는 못했으나 해산물 전문점이고 손님이 그리도 많으니 식재료의 회전이 원활해 신선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세 번째, 이것이 무엇보다도 큰 이유로 보이는데 바로 ‘FUN’이다.  불편함을 재미로 느끼도록 했다. 그릇이 아니고 비닐 봉지에 담겨 나오는 음식, 실망이나 황당함을 뛰어넘어 그 자체가 재미가 된다.

 

 

웹사이트에는 이렇게 강조 해 놓았다.

 

 

Only way to eat a seafood boil is with your hands!  We don't provide forks or chopsticks. Your hands are all you need: one – peel the shell; two – dip it in the awesome sauce and enjoy; three – repeat. Get your messy on!!

 

 

캐쥬얼한 분위기에 젊고 싹싹한 직원들, 굳이 테이블 매너 따위는 챙길 필요 없이 그저 웃고 떠들며 마구 먹어 대는 좀 야생적인 옆자리 손님들을 보면 나도 따라 마음이 좀 편해 진다.

 

 

우리 집도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어떻긴, 단번에 망해 버린다.

 

 

그냥 대충 따라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 집의 성공이 그냥 아무렇게나 대충 된 것이 아니다. 아무렇게나, 대충 인 것처럼 보이는 그 속에 치밀한 계산이 있고 전략이 있을 터이다. 철저한 분석과 연구를 통한 마케팅이 숨어 있다.  소위 말하는 체험 마케팅(Experience Marketing)이다. 

 

 

이제 음식의 맛, 모양과 함께 신경 써야 할 것이 하나 더 생겼다. ‘체험’ 또는 ‘재미’ 이다.

 

 

광고도 마찬가지로 ‘우리 음식점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보다는 ‘우리 집에서는 이런 체험을 맛 볼 수 있습니다.’ 로 어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체험 마케팅을 이야기 하면 제일 먼저 회자되는 사례는 스타벅스 이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고 체험을 파는 곳,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체험하는 곳이다.  이제 단지 커피뿐 아니라 스타벅스가 파는 모든 것은 바로 ‘스타벅스 라이프’가 된다. 스타벅스는 손님을 경제적 소비자가 아닌 문화적 소비자로 인식한다. 한 손에는 휴대폰이나 서류 뭉치를 들고 다른 한 손에 초록색 로고가 선명한 스타벅스 컵을 들고 거리를 걷는 여성은 성공한 도시의 커리어 우먼을 상징한다. 훤히 들여다 보이는 통 유리 창가에 앉아 스타벅스 커피잔을 곁에 두고 열심히 랩탑을 두드리는 모습에서는 고임금 프리랜서의 여유와 멋스러움이 느껴 진다.

 

 

스타벅스 에서는 커피잔을 팔고 보온병을 판다. 손님은 커피잔이나 보온병이 필요해서 사는 것이 아니고 스타벅스를, 스타벅스의 문화를 산다. 심지어는 다이어리도 팔았다. 스타벅스 로고가 인쇄된 유니폼도, 앞치마도 상품이 될 수 있다. 맥도널드의 장난감은 어떠한가?  장난감을 갖기 위해 햄버거를 산다.

 

 

한식에도 있다. 테이블에서 직접 구워 먹는 삼겹살, 다양한 채소로 입맛대로 직접 만들어 먹는 쌈밥, 보쌈 등을 잘 연구하고 재미의 요소를 더하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방문해 먹어 보고 맛과 재미를 느끼는 음식 상위 순위에 삼겹살은 항상 들어 있다. 불판 주위에 빙 둘러 앉아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를 집게로 연신 뒤적거리며 두어장 채소 위에 이런 저런 사이드 재료들을 올려 먹는 재미와 맛을 어떤 외국인은 ‘베이컨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 같은 재미’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재미있지 않은가? 응당 식당 측에서 해 주어야 할 고기 굽는 수고를 손님에게 떠 맡기는데 손님이 화를 내기는커녕 마냥 즐거워하고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Experience Marketing, Fun Marketing, 좀더 관심을 가지고 공부 해야 할 새로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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