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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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시장의 새로운 틈새, 프리미엄
kimhail

외식 시장의 새로운 틈새, 프리미엄

 

 

대학생 시절이었으니 1970년대 말로 기억된다.  당시 최고급 호텔이었던 L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특별한 라면을 판다며 절친 하나가 필자의 생일 이라고 한턱 내겠다고 해서 따라간 일이 있다. 머릿속 기억으로는 당시 한 그릇에 4,900원 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호텔 음식이 비싸다 해도 그 무렵 라면 한 봉지 가격이 몇 십 원 일 때였으니 아마도 내 기억이 틀렸지 싶다. 그러나 어쨌든 입이 떡 벌어지게 비쌌던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호텔에서 라면이라니……

 

 

라면 장사 할 팔자였던 탓인가, 묘하게도 그때의 라면 맛과 분위기는 기억에서 지워 지지 않고 가끔씩 떠오르곤 했었다. 40 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당시 레스토랑의 인테리어와 테이블 배치, 음식 맛, 심지어는 우리가 앉았던 자리까지 잊혀 지지 않고 기억에 남아 있음이 신기하다.

 

 

당시 필자는 볶음 라면을 먹었고 친구는 카레 라면을 먹었었는데 특히 라면을 국물 없이 볶아 먹을 생각을 한다는 그 발상에 감탄 했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외식 사장은 그야말로 포화 상태다. 도무지 신규 창업자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외식 시장뿐 아니라 모든 경영 환경이 다 그렇다. 더 이상 새로운 그 무엇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 그러나 그 틈을 비집고 누군가는 또 다른 대박 신화를 만든다.

 

 

요즘, 외식 시장의 틈새를  ‘프리미엄’에서 찾는 흐름이 보인다. 3-4불짜리 길거리 샌드위치, 햄버거가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면, 그래서 약간의 변형을 하고, 몇가지 특별한 재료를 첨가하고 고급스런 식기를 사용하면 20불에도 별다른 저항 없이 팔린다.

 

 

몇 년 전 토론토 최고급 레스토랑에 입점한 일본 라면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고 있고, 한국에서는 한 줄에 만 오천원짜리 김밥이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을 만큼 인기가 있다 한다. 대표적 서민 음식이자 분식 군에 속해 있던 김밥, 떡볶이, 햄버거, 라면이 프리미엄의 옷을 입고 요리 대접을 받겠다 한다.

 

 

토론토에만도 이제 스시 시장은 포화 상태를 지나 생존 경쟁의 단계에 이르렀다. 올유캔잇(All You Can Eat)이 등장하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 해 지고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다 보니 웬만한 거리엔 한집 건너 스시집이다.

 

 

얼마 전 꽤 유명하다는 일식 프랜차이즈 식당에 가서 스시와 사시미를 먹은 일이 있다.  주문을 하면서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어버이날(Mother’s Day)이라고 자기들이 내겠다고 식당을 예약한 자식들에게 살짝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음식이 나오는데 먹어 보기도 전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독특한 접시에 담긴 스시와 사시미에는 식용 금가루가 뿌려져 있었고 집사람과 딸 아이는 너무 예뻐서 차마 먹을 수가 없다며 연신 사진을 찍어 대었다.

 

 

저가 경쟁의 한계를 느꼈음 이리라. 결국은 ‘가치’다. 그만한 가격에도 사 먹을 밖에 없는 가치를 입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다. 그 가치는 ‘독창성’ 일수도 있고, ‘차별성’일수도, 또는 한번쯤은 남다름을 즐겨 보고자 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파고 드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저가 전략을 통한 가격 경쟁은 오히려 프리미엄 전략보다 위험성이 더 많다.

 

 

‘좁쌀이 백 번 굴러야 호박 한번 구르는 것 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박리다매’라지만 결국 수익성이 악화되어 시장 전체를 망치며 함께 공멸할 수도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마켓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 시장 가격의 열 배가 넘는 프리미엄 김밥은 보통 사람보다 열 배 이상의 수입이 있는 사람만 사 먹을까? 그렇지 않다. 프리미엄 김밥의 주 고객층은 여전히 학생들이며, 일반 직장인들이다. 필자나 필자의 친구가 금수저 집안의 자제라서 호텔에서 파는 라면을 먹었던 것이 아니듯, 일반 대중에게도 충분히 통한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중화 전략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특정 상류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럭셔리 자동차라든지 명품 의류나 가방 등-에서는 대중화 전략이 오히려 브랜드의 가치나 명성을 떨어뜨릴 염려가 있다. 그러나 외식 시장에서 대중성 있는 상품을 프리미엄 상품으로 업그레이드 하여 대중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전략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이며 이미 성공한 사례들이 수 없이 있다. 아니, 어쩌면 어느새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혀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충분한 이유와 기치가 있어 보인다.

 

 

필자도 실험 삼아 대표적인 대중 음식, 저가 음식으로 인식되는 감자탕을 프리미엄화 해 보았다. 지난여름 직원들과의 워크샵에서 논의된 ‘수익율이 좋으면서 판매량도 높은 아이템 개발’의 대상으로 감자탕을 택했고 두어 달 실험과 연구 끝에 좀 별난 감자탕을 만들었다.

 

 

저렴하게 파는집은 일인분에 $5.99- $6.99에 팔고있는 감자탕에 토마토 페이스트로 육수를 내고, 파스타, 치즈, 버터, 크림 소스 등을 더해 이탈리안 스타일 감자탕으로 네이밍하여 일인분 $16.99에 판매하고 있는데 출시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판매량은 그다지 많지 않으나 일단 가격에 대한 저항은 없는걸 보니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인기 메뉴로 자리 잡히지 않을까 기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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