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칼럼]우리도 ‘포드가문’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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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1월 말, 덕 포드(Doug Ford)가 에토비코에 있는 어머니 집 지하실에서 보수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긴가민가했다. 그는 10월 22일 실시되는 온주 지자체 선거에서 토론토시장에 출마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특히 한차례 토론토시의원을 지낸 것이 정치경력의 전부인 그가 캐나다 최대 주인 온타리오의 제1야당 당수가 되겠다고 나선 데 대해 사람들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세상엔 일반의 상식대로 움직이지 않는 일들이 많다. 초반 여론조사에서 당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았던 포드가 온주보수당(PC)의 대표가 된 것이다. 주 총선을 불과 80여 일 남겨놓고 있는 지금은 특히 보수당의 집권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기에 보수당수는 곧 차기 온주총리(Premier)가 될 공산이 매우 큰 상태다. 


 덕 포드(원 이름 Douglas Bruce Ford Jr.)는 1964년 11월 20일생으로 현재 만 53세. 토론토 서쪽 에토비코에서 태어나 오타와의 칼튼대학을 졸업했다. 선친은 그로서리 포장지에 부착하는 인쇄물 사업(family business)으로 큰 부(富)를 일구었으며, 온주의원(MPP)을 지내기도 했다. 지금은 캐나다와 미국에 회사를 두고 연간 매출액이 1억 달러에 달하는 알짜배기 기업체로 성장했는데, 선친은 숨지기 전에 사업체를 가족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었다. 4남매 중 장남인 덕은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 몸집을 더욱 키웠다.


 비즈니스맨인 덕 포드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동생 랍(Rob) 때문이었다. 2010년 랍 포드가 토론토시장에 당선되고 형 덕은 시의원에 나란히 당선됐다. 그런데 랍은 시장 재직기간 중 마약흡입 등 온갖 기행(奇行)으로 토론토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당시 언론에는 포드 삼형제가 과거 마약거래와 공범납치 등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연이어 터지는 등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이때 랍 포드를 든든하게 바람막이 해준 사람이 바로 형 덕 포드였다.          

             
 코카인 흡입, 만취 난동, 음주운전, 조직폭력과 유착 등 시정잡배 같은 스캔들로 전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한 랍 포드 전 토론토시장. 어딘가 모자란 듯한 그에 대해 비난여론이 들끓고 중도퇴진 목소리가 높았지만 그에 대한 지지율은 요지부동이었다. 언제나 40% 대에서 변동이 없었다. 인격은 형편 없지만 인간적으로 부담이 없고 친근감이 간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랍 포드는 재선에 도전하다 2년 전 이맘때 암으로 사망했다. 


0…포드 가(家)의 지지층은 주로 교육수준이 낮고 소득이 적은 저변계층이다. 이들은 랍 포드 전 시장의 온갖 추문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포드공화국’(Ford Nation)으로 불리는 이들은 애당초 시민적 가치나 도덕 따위엔 관심이 없다. 그저 세금만 깎아주면 좋다는 식이다. 잘난 척하는 엘리트 정치인보다 차라리 포드 같이 덜 떨어진 사람이 낫다. 그도 그들과 다름 없는 서민이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마약 좀 했기로서니 그게 뭐 대수냐”는 식이다. 포드 시장 재임 동안 토론토의 이미지는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하지만 지금도 ‘포드 공화국’ 아성은 불변임이 형의 보수당수 선출로 입증됐다. 


 덕 포드의 당선 비결은 간단하다. 동생 랍의 스타일과 비슷하다. 부유한 사업가 집안이면서도 늘 낮은 자세로 임했고 서민층이 사는 현장을 누볐다. 여름철엔 못 사는 이웃주민들을 집으로 불러 바베큐 파티를 열었다. 그것이 본래 인간성이든, 정치적 위장전술이든, 아무튼 서민과 친근하다는 인상은 포드가의 트레이드 마크다. 덕이 굳이 어머니 집 지하실에서 당수 경선 출마를 선언한 것도 상징적이다. 이런 덕분에 주민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포드가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2년 전 랍 포드가 사망하자 22살 조카(마이클 포드)를 다시 시의원에 당선시킬 정도로 에토비코는 포드 공화국 철옹성이다.      


 민주주의의 병폐를 지적할 때 흔히 사용되는 용어가 ‘중우정치(衆愚政治)’란 말이다. 올바른 판단력을 상실한 다수의 대중에 의해 정치가 좌우되는 현상을 뜻한다. 영어로는 Mobocracy를 쓰는데, 여기엔 다수의 난폭한 시민들이 이끄는 ‘폭민정치’란 뉘앙스가 담겨 있다. 2년여 전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온갖 저질 행태에도 여전히 열광하는 그룹을 보며 중우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실감한 바 있다. 


 트럼프와 랍 포드 전 토론토시장은 여러 면에서 흡사하다. 온갖 추문과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온주 총리 덕 포드’의 탄생 가능성도 이들이 만들어 갈 것이다.    


0…온주총선(6월 7일)이 80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차피 정치는 현실이다. 전쟁터 같은 선거전에서 이기려면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주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바로 그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캐나다에서 한인동포들이 가장 많이 살고 생활수준도 높은 노스욕(윌로우데일) 선거구에 우리 한인 2세가 보수당 후보로 뛰고 있는 것이다. 조성훈(Stan Cho)후보가 바로 그다. 


 윌로우데일엔 약 13만여 명이 살고 있고, 이중 한인유권자(시민권자)는 약 1만1천여 명으로 13퍼센트 정도다. 이는 결코 작은 수가 아니다. 한인들이 똘똘 뭉쳐 표를 몰아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한국의 어느 정치인이 실언했다가 된통 당했다는 말 “우리가 남이가!”. (좀 유치하긴 하지만) 이번엔 이 말을 십분 활용해보자. 우리도 이번엔 ‘포드공화국’처럼 뭉쳐보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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