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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shon
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www.budongsancan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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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변경선 동과 서(56)
jsshon

 

(지난 호에 이어)
‘페이스’는 그 앞 흔들의자에 ‘영’과 ‘현’을 한데 앉혀놓고 흔들어 주고 있었다.


“헤. 헤. 헤” “까르륵, 까르륵” 두 아이들이 좋아라고 간드러지게 웃어댔다. 수런거리는 활기가 집안 가득 넘실거리며 퍼져나갔다. 


 여행이 순조로웠느냐며 이것저것 묻던 ‘릴리안’이 잠깐 부엌에 나간 사이 아치형 전면창문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아무래도 이 집 스타일 우리가 구기겠는걸” 아빠가 중얼거리며 빙긋 웃었다. 주춤하니 엉덩이를 들고 서있는 녹슨 자동차가 나무들 그림자를 일렁이며 서 있었다. 한층 높아진 리빙룸에서 내려다보는 메뚜기 차는 유난히 납작하고 더 초라해 보였다. 


 시원하게 냉방이 되어있고, 육중하니 조화된 방안에서 바라보니 수목은 그리 동떨어지게 높지 않았고 바람소리 또한 그리 을씨년스럽게 요란하지 않았다. 빨강 꽃, 파랑 자동차… 모두가 눈을 자극하는 색이 아니었다. 


규모가 큼직큼직하고 색깔이 화려한 이 모든 것들이 그대로 한데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풍경에서 한쪽이 떨어져 나간 듯 메뚜기 차는 균형을 잃고 서 있었던 것이다. 순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점잖고 부유한 가정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을까.


“오란다고 앞뒤 생각 없이 덜렁 찾아온 게 잘못일지 모르겠네요.”


“응? 아니 그렇진 않을 거야. 우리가 어떤 처진 거 다 보고 아는데…”


하긴 그렇기도 하다. ‘현’이 출생하고 두어 주 후, ‘웨슬리’를 방문한 ‘릴리안’은 ‘쏭’의 새아기 ‘현’을 보고 싶다고 하였다. 우중충하고 가구라고는 보잘 것 없는 방에서 애기를 키우느라 정신 없던 ‘숙’의 다듬지 않은 초라한 모습도 보았고, 갓난 애기한테서 풍기는 특유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가운데 먼지를 뽀얗게 피우던 ‘영’을 보고 귀엽다고 손을 잡고 볼을 비볐다. 


티 테이블도 없이 뜨거운 인삼차 한잔을 마룻바닥에 놓고 불어가며 마시던 그들이 왜 사정을 모르겠는가. 그들 일행이 방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방안이 하나 가득 차는 듯 환해지고 자신과 주위가 한없이 빈약해 보이던 기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러고도 집으로 초청한 ‘릴리안’인데 설마하니 어떤 감정을 감추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숙’의 협심증은 자꾸만 기분을 갉아대고 있었다. 


“아무래도 미안 한데요.” 공연히 궁상이나 더 잡힐 이 여행을 너무 경솔하게 떠나온 것이 아닌가 후회되었다. 


아직도 일부 미국의 부유층은 보수적이라고 들었다. ‘보스톤’ 근처 뉴욕 주는 ‘보수적’의 대명사였다. 계급의식이나 인종문제에 있어 예민하고 배타적이었다. 평소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조용하다가도 막상 자기들 주위에서 그런 문제가 생기면 맹렬하게 반기를 들고 일어나기도 하고 아니면 점차적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해오는 것이 그들의 속성이었다. 


미시스 ‘황’이 들려주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버펄로’ 국립공원 뒤에 버펄로에서도 이름 있는 사회적 유지급 부자들이 모여사는 동네가 있었다. 이 동네를 지나가노라면 꼭 중세시대 성곽지대를 도는 느낌이 들었다. 수목이 울창하고 잘 다듬어진 잔디를 이리저리 모양을 넣어 화단을 가꾸고 자연석이 보기 좋게 깔린 넓은 정원 뒤에 우뚝 솟아있는 집들은 그대로 궁궐이었다. 


육중한 화강암이나 대리석 원주를 세워서 받쳐놓은 웅장한 집은 하얀 벽돌이나 자연석벽에 기어오른 넝쿨이 세월만큼 한층 장중함과 우아함을 더해주었다. 의식주(衣食住)의 주생활을 충족시키기 위해 편리를 위해서만 지어진 집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건축미를 돋보이게 지은 예술품이었다.


여기에 어쩌다 아파트가 끼게 되어서 말썽이었다. 실은 이 집도 처음부터 아파트가 아니라 몰락한 집주인이 뜯어고쳐서 몇 개의 아파트로 만들어 세를 준 것이었다. 집 외관이 가장 지저분한 것은 물론이고 우선 주차공간이 적어 길에다 차를 세워놓는 것이 큰 문제였다. 


돌기둥을 세우고 철 대문을 한 이들 궁궐의 바로 문 앞에까지 차를 세우곤 하였다. 직장이 가까워서 멋모르고 이곳에 세 들어 살게 되었던 닥터 ‘황’네는 참 희한한 구경을 많이 하였다. 


어느 날 경찰차가 두어 대의 견인차를 대동하고 오더니 무조건 아파트주민들의 차를 끌고 가더라는 것이다. 이유는 ‘교통방해’였다고 한다. 아파트주민들이 떼로 몰려가서 항의하고 소동을 벌인 끝에 차를 찾아오긴 했지만 그 뒤로도 이런 일은 빈번하였다고 한다. 


“지네들이 좀 참을 것이지 주차공간이 없는 걸 어쩌겠는가.” “길가까지 지들 소유인가”, 불평이 들끓었다. 닥터 ‘황’ 댁은 곧 이사를 나왔지만 지금은 그 아파트도 없어졌다고 하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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