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에서 술 한잔을 하다보면 눈에 확 띄는 것이 있다. 어여쁜, 아니 이런 상투적인 말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되게 아름다운 아가씨가 술잔을 들고 우리를 보며 ‘저랑 한잔 하실래요?’ 하면서 윙크하는 모습의 포스터다. 

 어느 식당은 포스터를 여기저기 붙여 놓아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그 아가씨들의 매혹적인 모습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런 상태에서 한잔을 툭 털어넣으면 그 한잔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게 또 한잔을 따르게 된다. 그것이 그 주류회사들이 노리는 점이겠지만. 

 그런데 소주가 됐건, 맥주가 됐건, 정종이 됐건 한국의 주류 광고에 나오는 아가씨들은 한결같이 톱 가수나 톱 탤런트, 그야말로 생김새로 보나 인기로 보나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는 흠잡을 데 없는 아가씨들인데 거기에 세계 최고의 화장술에 사진을 보정하는 뽀샵까지 했으니 술 한잔 걸친 취객들의 눈에는 그야말로 환상의 여자들이 아니겠는가. 

 어마어마한 광고료를 지불하고도 본전을 충분히 뽑고도 남아서 미녀 톱스타들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운동선수들 또한 마찬가지다. 예전 타이거 우즈가 한창 날릴 때 그가 벌어들이는 상금이 일년에 천만 불이 훌쩍 넘었지만 그가 벌어들이는 광고 수입이 그가 상금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의 수십 배가 넘었다고 하니, 각 기업들이 광고에 들이는 돈이 상상을 초월한다. 

 타이거 우즈 뿐만 아니고 미셀 위가 처음에 데뷔할 때 그의 상품가치를 미리 내다본 기업들이 많은 투자를 했는데 그의 성적이 그 후에 받쳐주질 못하자 하나둘 빠져 나가고 이제는 그때같이 많은 돈을 광고로 벌어들이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다.

 매년 겨울이 끝나갈 때쯤이면 북미 신문의 스포츠면은 미국의 Super Ball 기사가 많이 뜬다. Half Time 에 누가 공연을 하는지가 큰 이슈이지만,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광고가 누구의 광고인지도 큰 관심거리다. 

 30초짜리 광고가 무려 몇 천만 원이 된다던데 어느 해엔가는 한국 기업의 광고가 그 자리를 맡았다고 해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기도 했다. 

 우리 동포사회에서는 어떤가, 음식점 부엉이에서 사장님과 조카들이 TV 광고에 나와 모델을 했었고, 대부분 본인이 본인의 광고 모델로 나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동포사회에서 특별히 광고 모델을 할 사람도 별로 없고, 사업체가 광고모델료(광고료 말고)를 지불할 여력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느 사업체가 한국에 있는 광고 모델을 그냥 쓰다가 문제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이제는 인터넷이 발달해서 한국에서도 토론토를 샅샅이 들여다 볼 수 있으니 무작위로 한국 톱모델을 쓰다가는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다.

 몇 년 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요일이어서 교회에 갔다와 집에서 쉬고 있는데, 시간이 있으면 좀 나오란다. 나가보니 모 신문사 기자가 나와 있었고 친구와 S정육점 사모님이 있었는데, 친구농장(우주농장)에서 강원도 찰옥수수를 출하했는데 광고를 하려 하니 광고 모델을 해달라고 했다. 그러마고 생애 처음으로 남의 사업체에 광고 모델을 했다. 모델료로 그날 옥수수 12개를 받았다.

 그리고 사는 게 바쁘니 서로 연락도 못하고 간혹 남의 입을 통하여 근황만 확인하다가 며칠 전에 또 전화 한통을 받았다. 농장에서 아삭이 고추를 출하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다며 광고를 한번 하려고 하니 모델이 되어 달란다.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 달래서 보내주고 지난주 월요일 신문사에 전화를 했더니 광고는 나가는데 내가 모델로 나가는 건 광고 디자이너가 모른단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자기가 신문사에 들려서 직접 이야기할 거란다.

 신문이 나와 픽업을 하고 광고를 찾으니 한면을 꽉 채운 광고는 맞는데 나와 두명의 다른 모델은 오른쪽 중단에 쪼그맣게 나와 있어 본인이 아니라면 식별이 쉽지 않은 상태고 내용도 일부러 찾아서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눈에 띄지 않는 것이라 내심 기대를 했는데, 실망이 좀 됐다.

 내가 광고 모델을 해서 별 도움은 안 되겠지만 우주농장이 잘 되었으면 좋겠고, 그 농장에서 나오는 채소들로 우리 동포들의 식탁이 풍성해지고 우리 모두가 건강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주농장 이승우 화잇팅!!!! (2017, 09, 12)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